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불교의 호국정신과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팔관회가 부산에서 봉행됐다.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회장 정오 스님)는 17일부터 19일까지 금정총림 범어사에서 ‘2026 팔관회’를 봉행했다. 영유아 및 어린이 수계법회와 호국영령위령재, 팔관재계 수계법회 등을 통해 천년의 전통을 잇는 한편 미래세대와 시민이 함께하는 불교문화축제로 의미를 더했다.
팔관회는 연등회와 함께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평화를 기원해 온 대표적인 불교 전통의례다. 부산불교연합회는 팔관회의 역사적 의미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불교의 호국정신과 생명 존중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행사 첫날인 17일에는 미래세대와 불교의 인연을 맺는 법석이 마련됐다. 오전에는 선재동자문화전승단을 대상으로 선재동자 팔관재계수계법회가 봉행됐다. 전계사 혜광 스님, 갈마사 종민 스님, 교수사 성담 스님이 법회를 이끌며 어린이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계를 받아 지녀 지혜로운 불자로 성장하길 기원했다.
오후에는 전계사 정오 스님, 갈마사 혜광 스님, 교수사 종민 스님의 증명으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마정수기 법회가 봉행됐다. 삼화상 스님들은 이마에 관정수를 찍는 마정수기 의식을 통해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지혜로운 삶을 축원했다. 특히 어린이용 염주와 회장 정오 스님의 가사를 활용한 낙자 등 불교와의 인연을 이어갈 기념품도 마련해 의미를 더했다.


18일 소회일에는 호국기원법회와 백희가무가 진행됐다. 호국기원법회는 팔관회 때 국왕이 왕사를 모시고 국태민안과 순국장병의 왕생극락을 발원했다는 문헌 기록을 바탕으로 재현됐다. 전재수 부산시장과 김석준 교육감, 이헌승, 백종헌 국회의원, 윤일현 금정구청장 등 지역 주요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고불문 낭독과 사부대중의 호국기도가 이어졌으며, 참석자들은 인왕반야경 호국품을 바탕으로 나라의 평안과 국민의 안녕을 발원했다.

특히 올해 백희가무에서는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등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승병들의 이야기를 공연으로 풀어냈다. 역사 속 승병의 활약을 통해 나라와 백성을 지키고자 했던 불교계의 역할을 되새기고, 팔관회에 담긴 호국정신을 오늘의 시선으로 조명했다.



팔관회의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는 호국영령위령재와 팔관재계수계법회가 봉행됐다.
오후 1시 열린 호국영령위령재에는 보훈기관과 보훈단체 관계자, 현역 군인과 경찰, 보훈가족 등이 함께해 호국영령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추모행사는 국민의례와 묵념을 시작으로 위패 이운, 육법공양, 헌화, 발원문 낭독 등으로 진행됐으며, 이어 부산영산재보존회가 위령재를 봉행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했다.

회장 정오 스님은 대재사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치고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며 “그 숭고한 뜻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잊혀서는 안 될 우리 모두의 역사이자 미래 세대에 길이 전해야 할 소중한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봉행하는 호국영령위령재는 그 거룩한 넋을 위로하고 감사의 마음을 올리는 자리로 저희가 올리는 정성 어린 기도가 영령들께 위안이 되고 극락정토에 왕생하시는 소중한 인연이 되길 발원한다”며 “그분들이 지키고자 했던 이 땅의 평화와 국민의 안녕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희 신도회장은 “오늘 우리는 천년의 전통을 이어온 팔관회의 법석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수많은 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다시 마음 깊이 새긴다”며 “한국불교 1700여 년의 역사는 이 땅의 정신적 근간이자 민족의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자비와 희생이 등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팔관회 호국영령위령재는 호국영령의 넋을 위로하는 자리를 넘어 우리가 그분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 뜻을 오늘의 삶 속에서 이어 가겠다고 다짐하는 법석”이라며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수많은 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음을 잊지 않고 그 뜻을 위해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상생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책무일 것”이라고 추모사를 전했다.
또한 박경미 부산지방보훈청장은 추모사에서 “팔관회는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평안을 기원하던 중요한 의례”라며 “오늘 이 자리가 오랜 세월을 넘어 조국을 지켜낸 호국영령을 기리고 우리의 다짐을 새롭게 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범어사는 6·25전쟁 당시 전몰장병들의 영현이 안치됐던 국립현충원의 효시로, 그 역사성을 인정받아 2023년 국가보훈부 현충시설로 지정됐다”며 “국가보훈은 호국영령의 삶을 기억하고 희생에 합당한 예우를 다하며 그 뜻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하는일” 이라고 강조했다.


오후 3시 30분부터는 3화상 16증사의 증명으로 고려시대 복식을 갖춘 가운데 팔관재계수계법회가 봉행됐다. 수계자들은 계를 받아 지니며 청정한 삶과 불자로서의 실천을 서원했다. 전계사 정오 스님은 “팔관재는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으로, 국가와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자녀를 바르게 키우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오늘 동참한 모든 이들이 수계의 공덕으로 부처님의 은혜 속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순국선열의 왕생극락을 기원하는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타종의식은 11월 11일 오전 11시 부산 지역 사찰 전역에서 봉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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