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사랑, 대만의 마음’ 주제
주행사장 비롯하여 3개 구역에서
수천 개 등 밝혀, 어린이 눈높이 맞춰 참여 유도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타이완 난투현에서 열린 ‘2014 타이완 등회’의 주행사장에 자리한 높이 23미터, 무게 30톤 규모의 주등인 ‘용구등약’ 장엄등.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등축제로 유명한 타이완등회(臺灣燈會)가 음력 정월 초하루인 지난 7일부터 24일까지 난토우현(南投縣) 중싱신춘(中興新村)에서 성대하게 거행됐다. 시민과 함께하는 연등축제와 팔관회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단법인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회장 수불스님,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는 20여 명의 기획위원들을 난토우현에서 열린 타인완 등회와 까오슝및 불광산사의 등회 참관을 위해 파견했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본지는 부산불교연합회 기획위원회(위원장 심산스님, 사무총장)의 타이완 방문을 동행 취재하면서 ‘부산불교 발전’의 희망을 확인했다. <편집자>
“대지지애(大地之愛) 대만지심(臺灣之心).” “Love of the earth, Heart of taiwan” 난토우현에서 열린 타이완 등회의 주제이다. “지구의 사랑, 대만의 마음”이란 의미의 슬로건에 따라 열린 ‘2014 타이완 등회’는 전국 각지에서 온 내국인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음력 1월15일로 정월대보름에 해당하는 원샤오제(元宵節)인 2월 14일과 15일에는 하루 평균 100만 명의 관람객이 난토우현을 찾아 성황을 이뤘다. 부산불교연합회 기획위원들이 방문한 15일 저녁 주행사장은 물론 인근 도로까지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인파(人波)라는 단어가 실감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메웠다. 형형색색의 등불과, 크고 작은 장엄물이 밤을 낮처럼 밝혔다. 관람객들은 저마다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꺼내 등불의 장관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야말로 난토우현 전체가 밤을 낮처럼 밝혀 불야성을 이루었다.
지난 7일 북등구(北燈區) 점등으로 시작된 타이완 등회의 하일라이트는 14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모든 구역의 등불을 밝히는 개등(開燈) 행사였다. 특히 난토우동향회관(同鄕會館)앞 광장에 마련된 주행사장에 자리한 주등(主燈)인 용구등약(龍駒騰躍) 장엄등은 거대한 규모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2014 타이완 등회’ 주등인 ‘용구등약’ 장엄등의 야간 모습.  
 
“준마(駿馬)가 몸을 솟구쳐 높은 곳을 단숨에 오른다”는 의미의 용구등약 장엄등은 중국의 고대 명마인 언기마(焉耆馬)를 테마로 만들었다. 높이 23미터, 무게 30톤으로 역사상 가장 큰 장엄등이다. 이 등은 360도 회전이 가능해, 관중의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했다.
‘말의 해’를 맞아 조성된 용구등약 등은 새해를 맞이하는 타이완 국민의 웅지(雄志)를 보여주는 것처럼 기세 등등 했다. 매년 등회를 개최하는 타이완 교통부 관광국은 십이지신(十二支神) 가운데 그해를 상징하는 동물로 주등을 만들고 있다.
십이지신은 땅을 지키는 신장으로, 십이신장(十二神將) 또는 십이신왕(十二神王)으로도 불린다. 불교에서는 <약사경(藥師經)>을 염송하는 신장으로 호법(護法)의 의미도 갖고 있다.
   
 
이번에 난토우에서 열린 타이완 등회에는 주등인 용구등약 장엄등 외에 진금쟁염(珍禽爭艶), 대만혹비웅(臺灣酷比熊), 복연안강(福祿安康) 등 3개의 부등(副燈)을 비롯해 크고 작은 수백 종류의 등이 선보였다. 등의 개수는 어림짐작으로 수천 개에 이른다. 마치 각종 등으로 펼쳐진 넓은 바다를 사람들이 파도처럼 오가는 형국이었다.
등회는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눠 등을 배치했다. 난토우현 시내를 주전구(主展區), 남등구(南燈區), 북등구(北燈區)로 구분해 다양한 장엄등을 앞앞이 배치했다. 특히 주행사장에 해당하는 주전구는 화예문(華藝門), 부생문(富生門),재왕문(財旺門) 등 세곳의 출입문을 만들어 구름처럼 몰려든 관람객을 분산시켰다. 하지만 정월대보름인 14일과 15일에는 몰려든 군중으로 출입이 혼잡했다.
행사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일을 기록하는 자원봉사자로 타이완 등회에 참가한 후씽윈(胡馨文, 장로웅대 2)양은 “타이완 등회에 선보이는 등들은 일정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구경만 했는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는지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후씽윈 양은 “설이 지나고 바로 하는 등회는 타이완 사람들은 누구나 보고 싶어 하는 축제”라면서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하고 있는 타이완 등회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타이완의 역사를 보여주는 고전적인 등은 물론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재미난 만화 캐릭터 등도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이번 등회를 주관한 난토우현은 동양회관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사안에 대처했다. 또한 행사장 곳곳에 진행요원과 자원봉사자를 알맞게 배치해 원만한 축제가 되도록 했다.
이밖에도 의료진과 소방관을 상시 대기시켜 놓아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대비하는 등 성공적인 등회를 위해 꼼꼼하게 준비한 흔적이 느껴졌다. 세계 제일의 등불축제라는 타이완의 자긍심이 만반의 준비로 등회를 개최한 기본 저력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까오슝 불광사 불타기념전의 행렬
 
한편 부산불교연합회 기획위원회는 난투에서 열린 타이완등회 참관을 마치고 까오슝에 있는 불광사로 이동해 때마침 열린 등회를 관람했다. 지난 17일 오후 7시에 열린 불광사 등회는 불꽃놀이가 백미이다. 2012년 문을 연 불광사 불타기념관 야외에서 열린 불꽃놀이를 보기위해 까오슝 인근 지역에서 수만 명의 사람이 찾아왔다.
불타기념관 외부에 조성된 대형 불상 주변의 하늘에서 터지는 불꽃놀이에 박수소리가 커졌다. 불꽃놀이에 앞서 오후에는 장엄물 행진이 불타기념관 야외에서 진행돼 관심을 끌었다. 한국의 연등축제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새해를 맞아 불광사를 찾은 내외국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불광사 등회 구경을 전후해 부산불교연합회 기획위원들은 불타기념관을 관람하고, 발우공양을 체험하는 등 대만불교의 현주소도 직접 확인했다.
   
 까오슝 불광사 불타기념관에서 진행된 행렬.
 
부산불교연합회 기획위원들은 까오슝에서 열리고 있는 평안등회(平安燈會)도 돌아보았다. 평안등회는 시정부가 주관해 1월31일부터 2월28일까지 까오슝 시내를 흐르는 애하(愛河) 주위에서 개최되고 있다.
 
박대성 부산불교연합신도회 사무총장은 “부산의 연등축제를 어떻게 기획하고 개최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면서 “특히 시민과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하도록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연등축제를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연주 진각종 신도회 부산지부장도 “이번 방문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승가와 재가가 힘을 합쳐 연등축제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타이완 등회(臺灣燈會)
25년의 역사를 지닌 타이완 등회는 세계적인 등불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음력 정월대보름인 원소절 즈음에 열리는 타이완등회는 새해를 맞아 처음 열리는 가장 성대하고 흥겨운 축제이다. 타이완 정부는 지난 1990년부터 등회를 교통부 관광국이 주관해 국가적인 행사로 개최하고 있다.
처음에는 타이베이(臺北)에서 열었는데, 이후 꺼오슝(高雄), 타이중(臺中), 타이난(臺南) 등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번갈아 개최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등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후원해 관광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의 유명 방송국인 Discovery에서 “세계에서 가장 환상적인 등불축제”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 방송했을 정도이다. 최근 3년간 1000만 명이 타이완등회를 관람하는 등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  인터뷰 / 부산불교연합회 사무총장 심산스님
   
 
“각양각색의 다양한 등이 선보인 행사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수많은 내외국인이 함께 어울려 즐기는 축제라는 사실이 부럽습니다.” 난토우에서 열린 ‘2014 타이완 등회’를 참관한 부산불교연합회 사무총장 심산스님(기획위원장)은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연등축제를 기획하는데 참고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누구나 참여하는 타이완 등축제가 가능한 것은  보편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심산스님은 “전통을 계승하면서 시민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연등축제 내용을 창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와 전통이 조화를 이룬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 올려 장기적으로는 부산에서 겨울에 개최하는 빛축제와 함께 연등축제가 봄의 주요축제가 되도록 노력해야 겠지요.”
하지만 심산스님은 타이완 등회의 규모와 내용을 참고할 뿐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타이완 등회는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습니다.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국가적인 행사임을 감안해야 하고, 부산 불교계는 나름대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연등축제를 내실 있게 준비하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등의 종류를 변화하고 확대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심산스님은 첨언했다. “여기 와서 보니 만화, 꽃, 자연을 소재로 한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종교 주제의 등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산 불교계도 이 부분을 깊게 고민하고 검토해 일반인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사무총장 심산스님은 “이번 대만 방문을 통해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참고하여 부산불교계가 최소한 3년에서 5년 정도의 긴 호흡으로 연등축제의 변화를 탐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산스님은 “단번에 행사 자체를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면서 “기존 행사의 질적인 향상을 고민하고,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불교계가 갖고 있는 역량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지만, 꾸준하게 변화를 모색하면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4박5일간의 대만 방문을 마무리하면서 심산스님은 “기획위원들이 공감하는 자리를 통해 부산불교를 위한 공동체라는 인식을 했다는 점만 해도 연수의 목적을 성취한 것”이라면서 “서로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하는 가운데, 부산불교 발전의 희망이 보인다는 공감대를 이뤘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 대만 방문 소감
   
 타이완 등회를 참관한 부산불교연합회 기획위원들의 기념촬영
 
부산불교연합회 기획위원회의 대만 방문에는 위원장 심산스님(사무총장)과 박대성 부산불교연합신도회 사무총장, 문연주 진각종 신도회 부산지부장, 박창식 삼보회계법인 대표, 이석언 금정중 교법사, 장재진 동명대 교수, 정연국 동의과학대 교수, 예명숙 부산시 관광진흥과 주무관, 박용하 부산불교연합회 총무국장, 주재형 부산불교연합회 사업국장, 윤기혁 부산불교연합신도회 사무국장,오세룡 조계종부산연합회 사무국장 등 28명이 참석했다. 4박5일간의 대만 방문에서 느낀 소감을 요약했다.
이륭우 홍제사 효림원 부원장 = 장엄등 제작을 법무부와 협의해 재소자 기술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어린이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면 좋겠다.
류상영 선재문화원장 = 연등축제의 기획 단계부터 원칙과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스님과 재가자가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단합이 필요하다.
류강렬 부산사회복지기관 협의회 사무국장 = 많은 등이 연등축제에 나올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기업에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원봉사단 구성도 활성화해야 한다.
정연국 동의과학대 교수 = 연등축제를 불교축제에서 불교문화관광축제로 승화해야 한다.
박창식 삼보회계법인 대표 = 연수와 교육을 통한 기획위원회의 전문성 강화가 요구된다. 대중적으로 접근하는 연등축제와 인재양성이 필요하다.
이석언 금정중 교법사 = 부산을 상징하는 금정산의 범어(梵魚)를 대표적인 등으로 만들어 선보일 필요 있다.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장재진 동명대 교수 = 전통을 존중하면서 창의성과 융합성을 이룬 축제가 타이완 등회이다. 스트리텔링으로 연등축제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