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불화를 대표하는 범어사 칠성도(치성광여래불탱화)가 유출 수십년 만에 본래 도량으로 돌아왔다.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수불스님)는 7월14일 오전 10시 보제루에서 ‘국외 유츨 범어사 칠성도 귀환 법요식’을 봉행했다. 1950~60년대에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범어사 칠성도(3점)는 지난 6월 스위스 취리에서 경매를 통해 환수했다. 경매에 소요된 비용은 부산의 향토기업인 주식회사 삼정기업(회장 박정오)에서 자발적으로 범어사에 희사해 마련됐다.

  
 
  
 

박물관 광장을 출발한 칠성도는 일주문에서 간단한 의식후 인로왕번기, 사명(寺命)기, 취타대, 주지 수불스님외 스님 35명, 금어연의 호위를 받으며 보제루로 이운됐다. 사부대중 3000여명이 동참한 가운데 보제루 앞마당에서 봉행된 귀환 법요식은 경과보고(부주지 범산스님), 주지 수불스님 인사, 감사패 수여(박정오 삼정기업회장), 축사(신도회장), 축가(합창단), 제막식, 육법공양(선향다회), 참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부산불교연합회장)은 “칠성도 세 폭이 반세기만에 고향집으로 돌아온 것을 범어사 사부대중은 감개무량한 심정으로 환영한다”면서 “칠성도 귀환은 우리나라의 소중한 반출문화재가 해외경매에서 되찾아 제자리로 돌아온 첫 번째 경우여서 더욱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수불스님은 “범어사는 칠성도를 잘 보존하여 보다 많은 분들이 아름다운 인연에 동참하고 예배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귀환식을 계기로 범어사는 부산시민의 자랑인 전통문화유산의 요람에서 나아가 나라와 지역사회에 보다 헌신하는 호국불교의 성지로 장엄하겠다”고 말했다.

  
 
  
 

이윤희 범어사 신도회장(부산불교연합신도회장)은 “한국사회 혼란기에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민족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 점을 참회한다”면서 “오늘 법회를 계기로 성보 문호재의 관리와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환수되지 못한 성보문화재들의 환수를 발원하며 봉행되는 7일 기도를 통해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환수에 필요한 경비를 무주상 보시한 박정오 삼정기업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고마움을 표했다. 박정오 삼정기업 회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범어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환수하는 인연을 맺게 되어 기쁘다”면서 “앞으로 찾아오지 못한 성보를 환수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부담하겠다”고 약속해 동참대중의 박수를 받았다.

  
 
  
 

범어사는 12일 스위스 취리히 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칠성도를 직접 맞이한 후 전통의식을 봉행했다. 부주지 범산스님을 비롯한 범어사 소임자들은 삼배의 예를 올리고 염불과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7월14일 새벽 2시 수십년만에 범어사로 돌아온 칠성도는 성보박물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범어사는 칠성도를 보제루에 임시 봉안하고 향후 7일간 불자와 시민들에게 공개한다. 이후에는 성보박물관으로 이운해 전시할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독립공간인 칠성각을 건립해 영구 보존할 방침이다. 또한 부산시와 협의해 ‘시 지정 문화재’의 등록을 추진할 예정이다.

  
 
  
 

칠성도가 귀국한 인천공항과 법요식이 봉행된 범어사에는 불교계언론은 물론 공중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일간지 등 언론사에서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불교신문3122호/2015년7월18일자]